
별점 3.3 / 5점
애니메이션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은 8화라는 짧은 분량 속에서 세계관과 주요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시작부터 적의 공격을 받으며 미지의 장소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열어, 별다른 설명 없이도 보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박사가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을 활용해 세계관의 기본 구조를 자연스럽게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테라의 대지에서는 원인불명의 재해가 각지에서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곳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재해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긴 세월을 거쳐 개발된 이동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재해가 지나간 땅에 남겨진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원석은
문명의 비약적인 진보를 가져다준 한편,
치료가 불가능한 병, 광석병을 가져 왔다.
광석병 감염자는 서서히 몸이 결정화되어
사망 시에 새로운 감염원이 되었기 때문에
각국에서 격리와 강제 노동의 체제가 전개되고 박해의 대상이 되었다.
억압을 받은 감염자는 반기를 들었고
광석병 치료법을 연구하는 제약회사 '로도스 아일랜드'는
병으로부터 모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무기를 들고 자신들이 가야 할 길로 나아간다.
-애니플러스

작화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전투씬에서도 타격감이 잘 느껴지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조금 힘이 빠져 보이는 장면도 있었지만 크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각 캐릭터들의 특수 능력도 직접 전투 장면에서 보여줌으로써 불필요한 설명 없이 깔끔하게 전달되었다는 점도 좋았다.다만 시청 수위를 의식한 것인지 칼이나 석궁, 아츠 같은 무기를 쓰면서도 피나 상처가 거의 묘사되지 않아, 목숨을 건 전투 상황에서의 긴박감이 살짝 줄어든 점은 아쉬웠다.


반대로 인물 간의 대화 장면은 상당히 좋았다. 특히 눈을 통한 섬세한 표정 연출은 캐릭터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성우들의 연기와 화면 연출까지 어우러져 인물의 긴장감과 감정선을 제대로 살려냈다.



원작 게임을 해본 적은 없지만, 장면 중간중간 짧게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게임 속 인물로 보였다. 원작 게임을 즐겨온 사람이라면 더욱 반가웠을 만한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인게임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맞다고 한다.)


또한 용문과 같은 다른 세력과 협력을 모색하는 정치적인 장면도 흥미로웠다. 단순한 설명 대신 세력 간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각 집단의 성격과 입장이 드러나도록 구성되어,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중간중간 용문에서 감염자가 받는 취급을 보여주어 각 세력들의 감염자에 대한 입장을 드러낸 점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미샤 & 스컬슈레더 에피소드였다. 리유니온과 로도스가 서로 적대적인 관계이고 여태까지 무시무시한 무기를 들고 서로 죽이려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컬슈레더의 죽음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 상황을 전부 지켜봐온 미샤의 태도또한 물론 스컬슈레더와 서로 가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로도스를 믿던 태도와 비교하면 조금 갑작스럽고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이후 아미야가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고민하는 장면은 좋았다. 어린 나이에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한 세력의 수장이 된 인물로서 반드시 한 번쯤 보여줘야 할 고민이었고, 미샤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순간 결국 미샤가 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전개는 현실적이었다. 억지로 감정을 미화하지 않고, 이미 갈라져 버린 관계를 되돌릴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죽일 캐릭터는 확실하게 죽이고 넘어가서 답답하지 않았다.
다만 짧은 분량은 장단이 동시에 있었다. 8화라는 구성 덕분에 스토리가 빠르고 밀도 있게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었지만, 반대로 전개가 너무 빠르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아직은 이야기의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내용이 어렵지 않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설정과 사건을 받아들이기에 벅차게 다가올 여지도 있다고 느꼈다.

종합하자면, '명일방주: 여명의 전주곡'은 짧지만 강렬한 전개, 뛰어난 표정 연출과 성우들의 연기, 그리고 효과적인 세계관 소개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전투 연출에서 긴박감이 살짝 부족한 점이나 일부 서사적 설득력이 약한 부분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와 같이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이어서 바로 2기 리뷰로 가보겠다.

별점 3.5 / 5점
'명일방주: 서리 속의 죽음'은 전투 연출과 캐릭터 감정 표현이 뛰어나고, 각 세력과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집중적으로 보여준 시즌이었다. 일부 전투 장면에서 작화 기복과 빌런의 설득력 부족은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 몰입과 감정 전달이 훌륭했고, 캐릭터들의 인간적 선택과 비극적 상황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전투와 서사 모두 만족스러웠고, 보는 내내 강한 여운을 남겼다.
작화적인 면에서는 1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투씬의 퀄리티는 장면마다 기복이 있었는데, 몇몇 장면은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둔하거나 끊기는 듯했지만, 핵심 전투씬은 충분히 잘 만들어져 감안할 수 있었다. 특히 캐릭터 능력을 묘사하는 이펙트는 강렬했고, 전투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광석병──
그것은 사람들의 신체를 서서히 결정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불치병.
제약 회사 로도스 아일랜드는 그 치료법을 연구하고,
병이 불러 일으키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감염자 구제를 주장하는 테러 조직 '리유니온 무브먼트'의 폭동을 저지하기 위해
로도스는 염국의 도시인 용문과 계약을 맺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스컬 슈레더와의 싸움 이후
아미야는 미샤를 구하지 못했던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자서 슬픔에 잠겨 있었다.
한편, 용문 교외에서 폐도시를 발견한 로도스는 정찰대를 파견한다.
정찰대는 그곳에서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애니플러스


스토리는 1기 마지막에서 스컬슈레더 & 미샤와의 싸움으로 고민하던 아미야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켈시와 박사와의 대화를 통해 아미야의 아츠와 몸에 관한 떡밥을 던져주며,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프로스트노바의 첫 등장씬은 압도적이었다. 통째로 불타오르는 건물을 순식간에 얼려버리고 군세와 함께 걸어오는 장면은 이번 시즌의 보스격임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후 뜬금없이 아미야가 아츠를 통해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는 장면은 갑작스럽게 느껴졌지만, 앞으로 전개에 영향을 줄 능력을 보여주려 한 것처럼 보였다.

프로스트노바의 얼음 공격에 아미야 일행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도주하는 장면은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었고, 프로스트리프가 이에 대응하는 장면은 능력 설명이 부족해 아쉬웠다. 아마 프로스트노바 하위호환 급 능력이 아닐까 싶다.


프로스트노바가 부르는 자장가 같은 아츠 영창과 이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얼음 공격 연출은 기괴하면서도 압도적인 힘과 공포와 이에 대항하지 못하는 로도스의 무력감을 잘 전달했다.

박사의 지휘능력과 프로스트노바의 활동한계로 간신히 탈출한 아미야 일행을 보여주며 당장 직면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으나 바로 첸의 무전과 함께 용문이 파괴되는 전경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긴박함을 유지하고, 다음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후 진행되는 첸과 용문 중심의 서사에서는 메피스토의 사령술이 매우 위험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능력인 것처럼 언급되지만, 막상 실제 장면에서는 3D의 사용과 흐느적거리기만 하고 딱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대사에 비해 위험성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첸이 적소라는 검을 이용해 메피스토를 제압하는 장면은 작화는 좋았지만 직전 장면에서부터 메피스토의 존재감이 충분히 살지 않아 다소 허무하게 느껴져 작화가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빌런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강하게 보여지는지가 내용 몰입과 서사 신뢰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이 전투 중심 서사 이후로 나오는 용문에 실망한 첸의 고뇌와 그 주변인물들과의 관계, 결국엔 용문을 배신하기로 한 동료에 관한 내용이 더 흥미로웠다고 느꼈다.

반면 파우스트와 메피스토의 이야기는 이번 시즌에서 가장 잘 만든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표정 묘사와 성우 연기가 정말 훌륭했고, 짧지만 과거사가 확실하게 풀려 인간 파우스트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는지, 메피스토를 살리기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절절하게 전달되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적었던 파우스트가 단 한 화만으로 이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긴 점이 인상적이었다. 차라리 이 내용이 첸과의 전투 전에 나왔다면 메피스토 일행과의 전투에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프로스트노바의 군대와 아미야 일행이 다시 싸울 뻔했지만, 박사와 프로스트노바가 지하에 갇히자 양측이 협력해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로도스의 목적이 리유니온의 파멸이 아니라 광석병 치료와 감염자 구원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고 느꼈다. 또한 리유니온 안에도 인간적인 면이 남아 있는 인물들이 존재함을 보여, 양측 모두 평화적인 가능성을 가진 세력임을 드러냈다.
박사와 프로스트노바 단둘이 남아 나누는 대화에서는 프로스트노바의 과거와 괴로움, 리유니온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해, 단순 빌런으로 보기 어려운 복합적인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용문 내부의 리유니온 잔당을 전부 죽이기 위해 용문에서 자체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갑작스러운 새로운 세력의 등장과 빠른 전개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에 조금 혼란이 올 수 있겠다고 느꼈다.





결국 리유니온 잔당의 도주를 위해 프로스트노바가 홀로 로도스 일행과 맞서 싸우며 목숨을 걸고 버티는 장면은 매우 처참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첫 등장 때 압도적이었던 노래 영창은 점점 힘겹게 부르는 모습으로 변했고, 결국 부제목 그대로 ‘서리 속의 죽음’을 맞는 장면은 전투씬과 연출 면에서 1,2기 통틀어 최고 수준이라고 느꼈다.

리유니온과 로도스는 이념과 신념, 그리고 방식에서 서로 충돌한다. 하지만 개개인은 그 큰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작중에는 서로 사이가 좋은 인물도 있는 반면, 수많은 전투와 동료, 가족의 죽음 속에서 절망과 광기에 빠진 인물도 등장한다. 이러한 대비 덕분에 캐릭터들은 더욱 인간적이고, 비극적인 장면이 많아진다. 이로 인해 각 인물과 상황에는 옹호할 만한 점과 동시에 비판할 여지도 존재한다.

감염자와 감염자, 감염자와 비감염자 간의 이해관계 차이, 그럼에도 다가가려는 로도스의 의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빌런이 되어야 했던 프로스트노바와 메피스토의 모습이 어우러져, 이번 시즌은 각 세력의 인간적인 면모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서사적 구성 덕분에 캐릭터와 사건의 선택이 단순히 흑백으로 나뉘지 않고,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여운을 느끼게 했다.
이번 '명일방주: 서리 속의 죽음'은 작화적인 면에서도 더 발달했다고 할 수 있고 서사적인 면에서는 8화라는 짧은 화수의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인상깊은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다음 시즌인 '명일방주: 잿더미 속 불빛'의 방영이 끝나면 3기 리뷰로 돌아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