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애니메이션이나 영상 연출 관련된 지식이 거의 없는 시청자의 시선으로 작성된 후기임을 밝힙니다.

별점 3.8 / 5점
우선 귀멸의 칼날은 개인적으로 현대 애니메이션 산업 중 원탑을 찍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유포테이블이라는 제작사는 지금 시점에서 애니 회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게 귀멸의 칼날이라는 작품과 어우러져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본다.
나는 귀멸의 칼날 원작까지 끝까지 챙겨봤던 사람으로서, 원작 만화 귀멸의 칼날은 충분히 준수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간중간 설정 오류라던가 서사의 부족함, 작화 문제도 있었고 특히 결말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으며, 나 역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한 만화라고 본다. 다만 엄청나게 잘 만들어 역대급 만화라고 평가할 수준은 아니며, 평범하고 보편적인 서사와 설정 덕분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귀멸의 칼날이 유포테이블이라는 제작사 덕분에 이전과는 다른 압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유포테이블이 원석을 잘 골라 멋지게 가공해주었기에 지금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고 본다. 유포테이블은 원작을 존중하며 최대한 각색을 줄이고 원작 재현도를 높이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아무리 유포테이블이 엄청난 실력의 제작사라 하더라도, 원작이 별로면 모든 장면에서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원작 귀멸의 칼날도 충분히 잘 만들어진 최소한 평작 수준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리뷰에서는 작품 자체가 가진 문제는 이번 극장판에서 느낀 것 외에는 가능한 한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이후 다른 리뷰에서 다룰지도 모르겠다.

시각적 완성도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시각적인 면에서 진짜 역대 최고라고 할 정도로 감탄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다. 극장판이라는 점에서 더 신경을 쓴 것도 감안해야 하지만, 일단 말이 안 되는 스케일과 퀄리티의 작화가 그려져 있다.

페이트 시리즈 시절부터 유포테이블은 3D와 2D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귀멸의 칼날에서는 3D 활용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시작부터 트랜스포머에서 옵티머스 프라임이 첫 변신하는 장면을 보는 듯한 압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압도한다고 해서 그 작품이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무한성이라는 끝이 안 보이는 거대한 공간을 3D로 구현하고 지속적으로 회전 움직임을 주면서, 캐릭터들이 화려하고 날렵하게 싸우는 장면을 2D로 표현한 점은 원작을 이미 아는 나에게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지금도 3D는 많은 애니에서 사용되지만, 대부분 제작비 절감을 위한 용도거나 2D와 안 어우러져 몰입을 깨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 오버로드에서 느낀 부자연스러움은 정말 부정적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반면 이번 귀멸의 칼날은 배경과 캐릭터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영화 전반에서 3D로 무한성을 표현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죽음의 공간을 잘 구현했다.
전투 장면도 끊임없이 나오며,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현재 상황이 그만큼 위험하고 긴박한 목숨을 건 사투임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미러디멘션 속 공간 왜곡 전투를 보는 듯한 웅장함과 신박함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서사적 아쉬움
시각적 완성도를 제외하고, 서사적 관점에서 본 개인적 감상은 재밌었지만 평범했고 때때로는 아쉬웠다. 이미 만화로 내용을 알고 있었음을 감안해도 평범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장면을 소량 추가하여, 귀살대 전체의 싸움임을 강조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귀멸의 칼날은 주로 싸움을 먼저 보여주고, 누군가의 사망 직전에 회상을 넣어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한다. 회상은 빌런의 과거사와 동기를 보여주어 입체성을 만들어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그런 인물을 오니로 만들어내는 키부츠지 무잔과 같은 악역의 추악함을 강조하는 효과적인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평범하고 오히여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을 왕도적인 전개법이라고 본다.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회상이라는 요소는 어느 작품에서든 중요하게 쓰이는 기법이고 전형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는 귀멸의 칼날은 이를 잘 써온 축에 속한다고 본다. 때문에 나는 회상에 의한 빌런들의 이미지 세탁이 싫은 것이 아니다. 문제는 시즌별 핵심 빌런이 탄지로에게 죽을 때마다 반복되는 회상 때문에, 회상이 없으면 빌런이 아직 본격 등장하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느껴져 탄지로가 사실은 회상의 호흡을 쓰는게 아닐까 느껴지는 점이다.
그럼에도 회상 자체는 빌런의 불우한 과거를 보여주고, 살인 행위에는 용서가 없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함으로써 인간의 도덕적 행동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빌런이 등장해 이야기가 다채로워질 수 있고 흥미를 유발하며 빌런 캐릭터조차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번 극장판에서 아쉬웠던 점은, 기존 귀멸의 칼날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던 작은 단점들이 모여 크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초중반까지 회상은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았고, 젠이츠 vs 카이가쿠 파트는 화뢰신의 효과 연출에서 밋밋함이 느껴져 카이가쿠를 죽인다는 결정적인 한방의 쾌감이 모자라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젠이츠의 스승이자 유일한 가족이 되어주었던 할아버지와의 삼도천에서의 짧은 대화는 원작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울컥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시노부 vs 도우마 파트에서의 회상 역시 정보 공개가 부족했던 시노부였으므로 필수적인 장면이었고, 도우마의 혈귀술로 폐가 망가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기술을 이끌어내는 비참하면서 장렬한 그녀의 싸움과 천천히 통째로 흡수되어 가며 죽는다는 끔찍한 결말을 직접 본 카나오의 분노까지 흐름이 잘 이어지도록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그러나 아카자 파트로 들어서고 전투가 계속되면서 솔직히 슬슬 지루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원작을 봤다는 점을 제외하고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싸우는 캐릭터들이 너무 말을 많이 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본다. 목숨이 위태로운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도, 인물들의 속마음을 일일이 들려주다 보니 장면이 길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싸움이라는 물리적 행위는 짧게 끝나지만, 말을 한다는 것은 확실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상 장면까지 겹치니 개인적으로는 빨리 싸웠으면 좋겠는데, 회상이 흐름을 방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탄지로가 아카자의 혈귀술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노스케와의 대화에 대한 회상은 솔직히 불필요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여기서 연속되며 나오는 내비치는 세계에 대한 설명과 회상은 원작을 볼 때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설정이며 장면이었다. 유포테이블이 만든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이 말도 안되고 답답한 장면을 직접 움직이고 말하는 모습으로 보니 더욱 불편하게 느껴졌다. 한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회상이 이어지고 결국엔 아카자의 과거사까지 가게 되는데 솔직히 이제 그만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탄지로와 아카자의 회상 장면이 없어야 했다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핍진성을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특히 아카자는 이번 파트의 주인공급 빌런으로, 인간 시절의 불쌍하고 슬픈 과거사가 확실히 드러나야 했고, 이를 통해 감정적 울림을 주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쌓여온 작은 문제점들이 후반부에서 터지면서,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장면임에도 묘하게 미세한 지루함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카자가 스스로의 몸을 붕괴시키고 코유키와 구원을 찾아 저승으로 떠나는 장면은 진심으로 감동적인 명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술적 완성도는 역대급이라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서사적 면에서는 무한열차편을 아슬아슬하게 뛰어넘지 못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다른 해결책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영화 시작에 탄지로의 회상 장면을 넣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고 이 방법이 효과적일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유포테이블 입장에서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 납득할 수 있었다. 이런 아쉬움을 제외하면 딱히 별로였던 점은 없었다. 오히려 왕도적인 전개 속에서도, 압도적인 시각적 몰입 덕분에 예상 가능한 장면조차 잊게 만들었다. 정말 잘 만든 작품이며, 후속작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평하자면, 이번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시각적 완성도 면에서 현대 애니메이션의 최정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D와 2D의 조화, 압도적인 공간감, 화려한 전투 연출 등은 극장에서 직접 체감할 때 진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다만 서사적, 감정적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확실히 있었지만, 회상 장면과 캐릭터 과거사의 조화는 여전히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캐릭터의 입체성을 살리는 데 기여한다. 유포테이블이 원작을 존중하며 최대한 재현도를 높인 점 극찬할 만하다. 후반부에서의 약간의 지루함이나 회상 과다 문제는 작품의 작은 아쉬움이지만, 기술적 완성도와 몰입감으로 충분히 상쇄된다. 결론적으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원작의 강점과 유포테이블의 연출력을 결합해, 귀멸의 칼날을 모르는 사람이어도 극장에서 체감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시각적 압도감과 이야기적 울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완성도 높은 극장판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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