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점 3.7 / 5점
'명일방주: 잿더미 속 불빛'은 확실히 1, 2기에 비해 나아진 점이 많았고, 특히 작화와 전투 연출에서 발전이 눈에 띄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10화라는 비교적 긴 화수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끝까지 다 담아내려는 노력이 보였고, 명일방주 1부의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고 본다.
시작부터 눈에 띈 것은 작화였다. 1, 2기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세밀해진 느낌이었고, 첸의 적소 발동 장면은 전보다 훨씬 화려하고 강렬하게 표현되었다. 핵심 전투씬들은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며, 마지막화 전투는 특히 인상 깊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손꼽을 수 있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간단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그녀'는 희망의 등불이 될 예정이었다.
그 분노가, 증오가, 전쟁의 불꽃이 되어 사람들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리유니온 무브먼트의 폭주와 그 배후에서
도사리고 있는 음모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중립 조직인 로도스뿐.
아미야 일행은 용문으로 다가오는 체르노보그 중추 구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은──
-애니플러스


스토리 전개는 전 시즌에서 프로스트노바의 죽음 직후부터 이어진다. 박사가 그녀의 시신을 안고 로도스로 돌아와 로즈몬티스의 도움을 받아 로도스의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장면은 이번 시즌이 지닌 무거운 분위기와 슬픔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후 분위기를 환기시키듯 용문과 우르수스 사이의 전쟁 발발 위기가 그려지며 첸과 웨이의 갈등이 드러난다. 특히 웨이의 얼굴이 일부 가려지는 연출과 강렬한 성우의 열연은 그의 강한 신념과 첸과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탈룰라와 첸의 과거사 일부가 풀려 첸이 단순히 감염자에 대한 용문의 태도로 인해 이렇게까지 화가 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첸이 결국 용문을 떠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심을 굳히는 과정은 깔끔하게 잘 묘사되었다고 본다. 첸과 호시구마의 결투 장면은 두 인물의 애틋한 마음과 신념이 작화와 연출로 잘 드러나 감정적으로 깊게 와닿았다.
2화의 W 에피소드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의 긴 이벤트 스토리를 한 화에 담아내려다 보니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고 새로운 캐릭터와 설정이 설명 없이 쏟아져 나와 이해하기 어려웠다.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중요한 장면들이 대부분 충실히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겠지만, 원작을 모른다면 따라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결국엔 이 에피소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원작 스크립트를 찾아보게 되었다. 다만 이 에피소드를 통해 바벨이라는 세력과 수장 테레시아, 기억을 잃기 전 박사의 과거, 그리고 W와의 관계 같은 핵심적인 설정은 확실히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후 로즈몬티스라는 인물, 패트리어트의 과거 등 새로운 떡밥과 설정들이 등장한다. 로즈몬티스는 인공 감염자라는 사실 외에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압도적인 힘과 소대원들을 잃고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을 통해 평소에 조용하고 과묵한 사람이지만 동료들에 대한 애정은 깊은 사람이라는 면모를 드러냈다. 로즈몬티스의 과거나 설정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기억과 관련된 문제를 품고 있지 않을까 싶다.
패트리어트는 과거가 짧고 단편적으로 언급되어 아쉽긴 했지만, 전투 장면을 통해 그가 얼마나 강력하고 무게감 있는 존재인지 충분히 전달되었다. 특히 패트리어트의 투창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해 간신히 빗겨나가게 하는 장면은 그의 강력함을 한순간에 전달해낸 좋은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미야가 상대의 기억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며 2기에서 남았던 작은 의문을 해소하는 역할과 함께 패트리어트가 200년간 살아오며 인생에서의 수많은 실수와 후회를 하며 살아왔고 결국엔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채 전쟁말고는 삶의 수단을 찾지 못했음을 느꼈다. 또한 패트리어트의 죽음과 함께 살카즈의 예언, 마왕의 등장에 관한 언급이 이어지는데 이는 이후 내용의 전개를 위한 떡밥이자 중요한 설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탈룰라의 과거사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카셰이의 개입이 정확히 탈룰라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서사적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남겨주었고 알리나의 죽음으로 인해 감염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싸워왔던 탈룰라가 인간불신에 빠져 점차 잔혹하게 변해가는 과정은 정말로 몰입감이 컸다. 다만 흐름을 조금만 놓쳐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프로스트노바, 패트리어트, 메피스토, 파우스트와의 첫만남과 그들과의 인연이 그려져 오랜만에 아는 얼굴이 보여 반갑기도 했고 어째서 그들이 탈룰라를 따랐으며 그녀의 어떤 이상을 함께 꿈꾸며 지금까지 왔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갑작스러운 과거 서사의 전개로 흐름이 끊기고 내용 이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고 볼 수 있겠지만 탈룰라의 서사를 아미야가 기억을 읽고 있었다는 내용과 직접 연결시킴으로써 단순히 로도스의 사명 때문이 아닌 아미야 개인의 공감과 결심이 탈룰라를 구하려는 동기로 이어지는 구조는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반대로 메피스토가 새 형태의 괴물로 변하는 에피소드는 설명이 부족해 어째서 저런 모습이 되었는지 누가 저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느껴졌다. 솔직히 본편보다 엔딩 후반부 켈시와 박사의 짧은 대화가 과거 박사가 기억을 잃기 전의 상황을 조금씩 드러내 훨씬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메피스토는 1~3기 동안 결국 제대로 된 서사를 한번도 부여받지 못한 채 그저 아픈 과거로 인해 정신적으로 일그러진 누군가로만 그려진게 파우스트와 너무 대비되어 서사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시즌의 마지막은 탈룰라가 카셰이에게 지배당한 상태에서 첸, 아미야와 싸우는 전투로 장식된다. 이 전투는 압도적인 작화와 연출로 시즌의 백미라 할 만했고, 탈룰라가 결국 자신의 정신력으로 카셰이를 이겨내고 몸을 되찾는 장면은 그녀의 신념과 희망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켈시가 박사의 피를 이용해 아미야의 광석병 증상 악화를 막는 장면은 박사가 여전히 평범한 존재가 아님을 드러내며 또 다른 떡밥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엔딩곡과 함께 로도스의 전사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어주는 장면은 길고 깊은 감동을 주었다. 프로스트노바의 이름까지 등장했을 때는 특히 뭉클했다. 이어 모든 에피소드 제목이 빠르게 나열되고 마지막에 ‘여명’이라는 제목으로 끝나는 연출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다가오듯, 수많은 희생 속에서도 결국 로도스가 원하는 결말에 도달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아미야가 1기에서 끌어안은 미샤의 가면은 리유니온 일원의 세상에 대한 증오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 엔딩에서, 대다수의 리유니온 캐릭터들이 탈룰라가 카셰이의 주박에서 벗어나듯 가면을 벗고 자신만의 삶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장면들이 명일방주의 1부 스토리가 정말 끝이 났고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좋은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종합적으로 '명일방주: 잿더미 속 불빛'은 전작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하며 한층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전개가 빠른 탓에 일부 시청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작화와 연출의 진일보, 인물 서사의 확장, 그리고 상징적인 엔딩크레딧 장면은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원작 팬뿐 아니라 전작을 아쉽게 느꼈던 시청자들에게도 이번 시즌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이야기 자체가 주는 교훈이나 메시지의 깊이는 1기, 2기에 비해 다소 옅게 느껴져서 긴 여운을 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단순 서사적인 면에서는 깔끔하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하기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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